서울대학교 경제학부와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군법무관으로서 수많은 군 사법·징계 실무를 현장에서 다뤄온 이성열 변호사입니다. 성고충심의위원회(이하 성고충위) 통보를 받은 분들은 당혹감에 "가서 잘 설명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시지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위원회 내부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로서 그 이면을 가감 없이 알려드립니다.
군법무관 출신으로서 피신고자를 조사한 경험에 더하여 성고충심의위원회 위원으로서 참석하고 실제 위원회의 진행 사항, 주의하여야 할 점을 작성하였습니다.
성고충심의위원회 진행 절차: 신고부터 개최까지
신고 및 즉각적인 분리조치 : 부대 내 성희롱 신고가 접수되면 사실 확인과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가 이루어집니다. 부대 여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과정에서 보직 해임이나 대기 발령이 동반될 수 있으며, 휴가를 쓰고 동료들로부터 격리된 채 심리적 고립감 속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 차례의 고강도 조사 : 조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아마 처음 신고를 접수한 부대는 감찰실/감찰장교를 통해 최초 조사를 진행할 것이고, 사안에 따라 수차례 반복 조사가 이루어집니다. 이후 감찰부서의 심의 이후 법무실/법무장교에 의해 조사를 받게 될 것입니다. 여러 차례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신고자 및 참고인의 조사가 병행되며, 진술 비교가 이뤄집니다.
성고충심의위원회 개최 : 당사자는 성고충심의위원회에 어떤 부대 간부가 위원으로 참석할지, 위원장은 누구일지, 외부 위원은 누구인지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위원들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날카로운 질문 세례를 받는 것은 엄청난 압박이 됩니다.
성희롱 신고를 당한 당사자가 주의하여야 할 점
2차 피해 방지 : 부대장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신고내용에 관하여 신고자가 오해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절대 피해자와 1:1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되고, 반드시 법적 절차에 따라 문제 해결을 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추가 징계를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부대 내 조심스러운 분위기 : 성 관련 사건은 부대 내에서도 극도로 조심스럽게 다뤄집니다. 평소 친했던 동료들조차 연루될까 봐 거리를 두게 되며, 본인에 대한 부정적인 평판이 형성될까 봐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고충심의위원회에 이은 징계위원회 : 대부분의 피신고자는 성고충위를 '징계 전 단계의 가벼운 절차'로 오해합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성고충심의위원회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로 회부되며,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에 따라 성희롱이 성립되면 기본 ‘정직’의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군 수사기관 입건 여부 : 성고충심의위원회를 거치는 경우에는 수사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혐의가 명백한 경우에는 군사경찰 및 군검찰의 수사를 거쳐 군사재판에 회부됩니다.
신고 내지 분리조치를 받은 이후의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를 통하여 하여야 하는 것
신고사실 확인 : 성고충위 개최 전까지 당사자에게는 구체적인 심의 사실이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찰실 등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으면 변호사와 즉시 상담을 통하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신고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한 후 조사에 임하여야 합니다.
조사 전 준비 : 조사에 앞서 주의하여야 할 사항을 확인하고, 조사 경험이 많은 전문가와 함께 예상 질문 및 답변을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격리된 상태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신고자는 날카로운 압박 질문에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기 쉽습니다. 나아가 예측하지 못 한 압박 질문을 받게 되면, 본인이 의도한 의미와 다른 내용으로 비추어질 수 있습니다.
성고충심의위원회 출석 및 답변 : 성고충심의위원회에 들어오는 외부위원, 법률담당자, 양성평등담당자 등을 포함한 위원들은 이미 감찰·법무 조사를 거친 '유죄의 심증'이 담긴 기록을 들고 질문을 던집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반성하지 않는 태도'나 '2차 가해'로 낙인찍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방어권 행사가 '공격'으로 비치지 않도록 세련된 답변 전략이 필요합니다.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의 변론 : 부대 내부 위원과 외부 위원이 중점적으로 보는 포인트는 다릅니다. 군법무관으로서 조사를 직접 진행하기도 하고, 외부 위원으로 참석하며 '어떤 답변이 위원들을 설득하고, 어떤 답변이 화를 돋우는지' 그 현장감을 체득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위한 마지막 한 마디
골든타임은 '조사 전 상담'입니다. 혼자 부대에서 시키는 대로 지시를 따라 출석하고, 답변을 마친 뒤에는 늦습니다. 혼자 고민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진술을 하는 것을 주의하시고, 군법무관 출신 전문가에게 연락하세요.